2021. 11. 28. 19:52ㆍOutdoor Gear/Knife
주방에서 사용하는 주방칼은 금액대를 떠나 관리를 잘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세균 감염이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음식물에 계속 닿는 조리도구 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강재의 품질이 좋지 않다면 전체적으로 변색과 쉽게 날의 물러짐을 느껴 자주 샤프닝을 해줘야 한다. 저렴한 제품과 고가의 제품의 차이는 유지보수 시점이 자주 찾아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나이프가 되었더라도 손잡이 핸들까지 통쇠 구조가 아닌 손잡이가 별도의 재질로 부착된 방식이라면 날과 손잡이 사이 틈새는 반드시 사용함에 따라 조금씩 틈이 생기고 변형되어 오염물질이 침투하게 되고 때문에 오래된 주방 나이프의 손잡이 사이를 유심히 보면 조금씩 녹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 핸들 재질과 날재질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별도의 라이너(스페이서)를 집어넣어 충격과 수분 침투를 방지하거나 에폭시와 같은 고강도 접착제로 핸들을 영구 부착하여 부식은 물론 아예 분리가 불가능하게 외부와 차단하는 제품도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주방칼은 미국 Benchmade 사의 Prestiedges Kitchen Knife Set를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세개의 나이프로 구성되어있는 주방칼 세트이고 날은 주방칼 치고는 조금 고성능의 440C의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핸들은 전천후로 현역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G10으로 제작된 고급 제품이다.
440C는 시대가 발전되어 현재 Mid-Range급 재질로 인정받지만 2000년대 초에는 최고급 스테인레스재질로 나이프 작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재질이고 체감이 안 온다면 고급 면도날은 420 재질로 제작되며 숫자가 더 높은 440C의 강도는 58 HRC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볼트 나사의 강도가 34 HRC이다. 보통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칼날은 고가일수록 강하고 녹이 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다. 용도에 따라 날재질 성분 배합비율이 다르며 강도가 높아질수록 탄소함유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짐에 따라 크롬 함유 비율이 떨어지게 되고 장 시간 수분이나 염분 접촉에 부식되어 녹이 슬게 된다. 탄소 함유가 높으면 단단하고 절삭력 즉, 베는 맛이 산다. 탄소 함유가 떨어지면 절삭력이 미끄럽게 바뀌며 물러지게 된다. 요 비율을 맞춰 목적에 맞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강재 업체들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다.
서두가 길었다. 집의 벤치메이드 프리스티지는 사용한지 6년이 넘었고 핸들은 한 번도 손에 대지 않은 날만 관리된 아이템이다. 손잡이와 날 사이에 살짝 녹이 보여 날 잡아 주방칼 G10 핸들을 분리해 보았다. 독일 Wiha의 드라이버세트에 포함되어있는 소형 스타 렌치(Star Wrench)가 규격이 맞아 나사를 분리하고 녹으로 절어 붙은 G10핸들을 독일 할더 대장간용 망치와 사이즈 넉넉한 육각렌치를 통해 분리하였다.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작은 과도가 부식이 가장 심했고 가끔 야채나 고기를 자를 때 사용하는 중간 사이즈는 조금 덜 하다. 대형 모델은 깨끗해서 별도로 클리닝을 진행하지 않았다.
440C는 High Carbon Stainless Steel에 속하므로 이 정도 녹은 감안하고 사용해야 하고 정석대로라면 강도가 높은 고가의 나이프는 세척 후 즉시 수분을 닦고 건조기를 통해 바로 말려야 한다. 근데 일반 가정에서는 얼마나 그렇게 번거롭게 하겠는가. 주기적으로 관리를 열심히 해줄 뿐이다.
아웃도어 나이프에만 신경 쓰고 집안의 주방칼에게는 너무 게을렀던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주방칼의 사용빈도가 훨씬 많을 텐데 말이다. 날붙이뿐만 아니라 G10에도 녹이 절어 아주 본격적으로 케미컬을 활용해야 세척이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비장의 Engineer 사의 녹 제거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녹 제거제는 독성이 강하고 냄새가 고약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녹 제거제나 편법도 사용해 봤지만 그나마 이 친구가 일반 녹 제거에는 탁월해서 계속해서 사용하는 중이다.
일반적인 녹 제거제와 사용방법은 같다. 적당량 녹 부분에 용액을 떨어뜨려 묻혀주고 기다리면 된다. 보통 10~30분 정도 기다림이 필요한데 엔지니어사의 녹 제거제는 효과가 빠른 편이라 5분 정도면 효과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요거 하는 동안 환기나 환풍기에 신경 쓰자 냄새가 매우 고약하다.
녹 부분에 용액이 닿게 되면 마치 자동차 휠 세정제와 같이 녹을 보랏빛으로 녹여내기 시작한다. 얇은 녹은 5분 후 문질러 주면 없어지고 깊은 녹은 녹 자체의 두께를 줄여준다.
맨손으로 용액을 만지면 몸에 해로우니 요리용 비닐장갑이나 기타 작업용 니트릴 장갑을 끼고 녹을 문질러서 씻어낸 후 물로 헹궈 깨끗이 만들자. 저 칼은 스테인리스라 문제가 없는데 다른 강철 재질에 녹 제거제를 사용했을 때는 미리 키친타월을 준비하고 물로 빠르게 씻어내고 또 물을 바로바로 닦아내자. 강철은 녹이 바로바로 올라온다.
사실 가벼운 녹은 녹 제거제로 바로 없어진다. 하지만 이 주방칼 들은 오랫동안 관리를 안 해 은근히 녹이 강하게 슬었고 녹 두께가 상당했다. 하지만 용약에 의해 모두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녹의 두께가 많이 줄고 색이 연해졌다.
녹의 두께가 얇고 단순 변색만 남았다면 이제 얇게 갈아낼 차례다. 녹은 철 성분이 산소와 물에 의해 산화되고 되돌아오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깎아내야만 한다. 해당 작업은 성능 좋은 "궁극사포"(실제 이름이다)와 이후 녹 방지를 위해 주방칼이다 보니 식용 가능한 식물성 오일인 동백유로 방청 효과를 주려고 한다.
손톱으로 걸릴 정도의 녹은 400방 정도의 사포로 말 그대로 열라 문대(?)서 녹을 갈아 내자. 품질이 나쁘지 않은 사포라면 노력에 비례하여 잘 갈아 지게 된다. 이후 거칠어진 쇠의 표면을 800방으로 또 열라 문대(?)서 매끄럽게 만들어주자. 마무리는 1000번대로 해주면 좋은데 번호가 높아질수록 입자가 고와 더 많이 문질러야만 효과가 난다. 녹 제거뿐만 아니라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이유는 미세한 굴곡에 수분이나 이물질이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고 굴곡 부분은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포질에 지칠 때쯤 표면이 어느 정도 정리됨을 보게 된다. 이후 콤파운드로 미세하게 한번 다듬어 주면 더욱 좋지만 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될 것이다. 보통 제대로 하면 자루당 1시간은 기본으로 흘러간다. 또 날 샤프닝도 한다면 자루당 40분 정도 걸린다. 이번 작업은 샤프닝이 포함되지 않았다.
표면이 다 정리되면 이제 다시 분리된 손잡이를 조립해야 하는데 이대로 조립하면 또 점차 녹이 슬게 분명하니 아까 준비한 동백유로 살짝 기름을 쳐주자. 물의 침투를 막아주고 유지보수 기간을 대폭 늘려준다.
너무 질척하게 발라주기보다는 키친타월에 오일을 묻혀 얇게 발라주자. 방청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쇠의 표면을 물과 산소로부터 차단시키는 원리이다. 크롬이 함유된 스테인리스 스틸은 철에 함유된 크롬이 산화피막을 자동 생산하는 원리이다.
어쨌든 G10재질의 손잡이를 다시 장착하고 스타 렌치로 단단히 조여 가볍게 세척하여 종료하였다. 매우 뿌듯해진 자태에 기분이 매우 좋다.
두 자루 해서 거진 1시간을 작업한 것 같다. 아마 다음 분리 세척은 3년 정도 후에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샤프닝을 이번에 했더라면 블로깅에 추가로 적을 수 있었겠지만 4개월 전에 이미 해놓은 샤프닝이 강재가 좋아 아직도 버텨주어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하겠다. 그때 칼날 샤프닝 방법에 대해 블로깅을 할 예정이다.
● 결론
1. 금속은 세척, 녹 관리가 항상 필수
2. 주방칼은 건강과 연관이 있으므로 더욱 잘 관리해주자
3. 생각보다 시간과 자재(공구, 케미컬 등)들이 필요한데 자재들은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구비해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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